오늘을 끝으로 휴가를 29일까지 썻으니 30일 오전에 종무식을 할 것 같다는 근거없는 막연한 믿음이 이루어 진다면 나의 올해 정상 근무일은 오늘로 끝이다.
올해라... 돌이켜 보니 참 다사다난 했다.. 라는 뻔한 멘트를 날리고 싶지만 사실 뭐 별거 없었던 소시민의 한해였다.
세상 돌아가는 꼴에 한탄하며 정치꾼 욕하고, 회사 욕하고, 직장 상사 욕하고, 갑들 욕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내 정치에 힘들어 하고... 취업 이후 계속되어온 그렇고 그런 한해였다.
매년 매달 매주 매일 회사를 때려칠까, 때려치면 어디가서 뭐 먹고 살아야 하나 라는 시덮잖은 고민이 깊어가고 있고, 영어 공부해야 하는데 하기 싫고, 업무관련 New skill 을 공부해야 하는데 하기 싫고..
그냥 저냥 이 사회의 Extra Num.42134 의 나날들이었군.
32세가 지나고 33세가 다가온다. 여전히 여자사람과는 인연이 없고 이제는 소개팅이고 뭐고 아예 새로운 인간관계를 늘리는 것 자체가 귀찮은 지경이니 앞으로도 없을테니 훌륭한 노총각의 반열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같은 이유로 SNS 도 하기 싫고 인터넷 동호회 같은 것도 만사 귀찮다.
같은 일은 한 5년 했더니만 일도 지겹고, 그렇다고 새로운 걸 배우고 싶지도 않다.
아아... 제레미 르프킨 아저씨가 말했던 훌륭한 잉여인간이다. 유기물이지. 안그런 인간이 1% 라니 뭐 잉여면 어떠하리. 잘나신 1%가 나머지를 먹여살린다면 난 고뇌하는 1% 가 되기 보다 배부른 99%가 되겠다.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는건 내게 있어 그저 개소리일뿐.
백성이 있어야 왕이 존재하고 나머지 99% 가 있어야 1% 가 1%가 될 수 있는거다.
야망을 가지고 달려나가는 인간은 마치 광배를 두른듯 광휘롭다. 하고 싶은것이 있는 것은 참 부러운 일이지.
하지만 달리는 것은 그만큼 넘어질 위험도 높다는 것. 더구나 인생이라는 트랙은 그렇게 평탄하지 않다. 잘 정비된 경주장이 아니라 위태로운 절벽 비탈길이다.
태어날부터 축복 받은 재능을 가졌다거나 금송아지를 잡고 태어나 편한길로 달릴수 있는 인간이 1% 의 대부분을 차지 하고 나머지는 그 1% 에 들기 위해 발악하는 9% 와 나머지 90%의 잉여인거다.
1%에 들기 위해 발악하기 9%는 위태롭게 달려 성공할 수 도 있지만 넘어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야망이 있다면,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무엇을 찾았다면 그렇게 열정을 불태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남아로 태어났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우리는 교육 받았지 않은가?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아아... 난 그저 쉬엄쉬엄 걸어가며 힘들지 않은 인생을 살리. 휘황한 광휘를 뿌리며 달려가는 사람들을 그저 뒤에서 소심하게 씹으며 터벅터벅 걸어가리라.
고! 마음먹었는데... 어쩌다보니 배신도 하게 되고 어쩌다보니 라인도 타게 됬군.
눈에 안띄고 세상 쉽게 살고 싶었는데 그것 참 맘대로 안되는 노릇이로고.
월급날이 다가오니 돈이 떨어져 더더욱 우울하구나. 술한잔 생각이 나건만 돈이 없어 못먹는 처지라니..
돈 빌려간 인간들은 갚을 생각을 안하니 그또한 우울하구나.
가카와 시장님이 멍멍 짖어주시니 그또한 우울하구나.
내년 월급이 오를 기미가 안보이니 그또한 우울하구나.
뭘 해도 재미가 없으니 그또한 우울하구나.
일은 하기 싫고 우울증 흉내도 지겨우니 시간은 무지 안가고 그게 제일 우울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