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 수요일 새벽 1시 43분. 빡셌던 2주가 끝나간다.
죽이되건 밥이 되건 오늘 제안서 발표니 어쨋건 끝이다.
2차 발표 때문에 후속작업을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어쨋건 끝이다.
간만에 좀 빡세게 일했더니 뭔가 '아. 일했다.' 라는 느낌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본사로 출근해야 하겠지. 본사로 가면 또 지겹디 지겨운 일들이 잔뜩 남아있겠지.
공부와, 인수 인계... 이런 뭔가 산출물 없고 끝도 없는 작업들은 역시 하기도 싫고 잘 되지도 않는다.
어쨋건 동트기 전엔 끝난다!
연초에 혼자 놀고 있다가 딱 걸려서 제안서 작업에 끌려왔다.
진짜 죽을 것 같다. 특히 1주일 만에 뽑아내는 건 말이지.ㅡㅡ
무슨 일이든 재미가 있으랴만은 문서 작업은 정말 싫어하는데 하려니까 아주 미치겠다.
더구나 현관 나서서 20분이면 회사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는 거리를 출근하면서도 거의 매일 지각인데 버스만 1시간을 타야하는 분당 정자동까지 매일 아침 9시까지 오려니 3일만에 몸이 녹초가 됬다.
더더구나 11시 전후로 퇴근하여 집에오면 이미 내일이 되어 있으니 9시간 수면을 유지해야 하는 나로서는 수면마저 부족하다.
초반 이틀 정도는 또 감기인지 안하다 일을 해서 그런지 몸살을 앓아서 컨디션이 메롱하더니만 약을 사먹고 몇일 지나서야 괜찮어졌다.
더더더구나 제안서 쓰러 막상 와보니 이건 여태까지 내가 했던 파트가 아니잖은가? 대관절 난 왜 여기에 투입되었는지 알 수가 없으나 어쨋건 업무 분장 받아서 초본, 1차, 2차를 거쳐 현재 5차 수정본까지 제출했다.
매일매일 놀아 제끼다가 갑자기 평일이고 주말이고 별보기 운동을 하려니 몸이 괴로워한다.
간식은 끊임없이 사다 날라주고 있으니 이걸 또 집어먹다보니 뱃살은 부쩍부쩍, 회사로 출근할 땐 걸어서 퇴근했는데 그것도 안하니 근육은 줄어들어 팔다리는 더 가늘어지고..
그래도 그나마 위안은 좀 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난달까?
일단 뭐라도 하고 있으니 시간은 잘간다. 잡생각이 덜드니까. 그리고 다음달엔 월급이 좀 더 많을 거라는 거 정도.
몇번 따로 얻어먹긴 했지만 그래도 우수사원이 쏘는 고기를 얻어먹지 못한 것은 좀 아쉽군.
아니나 다를까 회사에서 숙청당한 내 라인의 수장으로부터 타사로의 이직 제의가 왔다.
내가 휴가 중일때 나를 제외한 나머지 라인 둘에게 먼저 말했기 때문에 미리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제의가 온건 아니라서 쌩까 중 생각이었다.
근데 오늘 잠깐 보자더만 돈을 2월 말에 주겠다는 (받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지만.) 말과 함께 삼성동의 40명짜리 회사로의 이직을 제의했다.
비상장회사(물론 2~3년 뒤에 상장 예정이라고 한다. 우회상장이 아닌 정식으로.. 그걸 어케 보증하냐?)에 연봉도 200 정도 깍이고 (매달 자기계발비를 20만원 실비 지급하고 2년 연속 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한다. 우리회사도 2년 연속 인센티브를 줄때가 있었다.) 가잔다.
지금 회사가 슬슬 맛이 가고 있는건 확실하기 때문에 면전에다 대고야 물론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애초 신뢰를 잃었지 않은가.
언젠가는 그만두게 되겠지만... 그 사람 따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군.
더구나 회사 먼저 그만두고 한 두달 후에 그쪽에 입사하라니. 게다가 자기가 먼저 이사로 가서 끌어줘도 갈까 말까 고민해볼 판에 먼저 가서 있으면 자기는 자리 만들어서 나중에 오겠다니?
쉽게 말해서 니네가 미리 가서 내 기반좀 마련해 놔라. 이거 아닌가? 어허허허허. 아무리 가신 취급 당하고 있다지만... 이사람이 진짜... 글쓰다 보니 좀 열받는군.
뭐. 어쨋거나 여길 관둬도 그쪽으로 갈 생각은 없으니 (정 갈 곳이 없으면 또 모르겠지만. 굶을 수는 없으니까.) 또 배신 때려야 하는 모양새라서 화를 낼 필요는 없겠지.
참... 어쩌다가 이렇게 됬는지 배신의 연속이군. 나름 원칙과 신의를 지키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닳고 닳은 자본의 노예가 되었다.
뭐. 저쪽에서 먼저 신의를 저버렸으니 미안함은 좀 덜하지만. 애초 그러지 않았다면 따라 갔을지도 모를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