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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0 자아 4
  2. 2008.04.17 집 사고 싶다 1
  3. 2008.04.13 Ture Tears 감상평
  4. 2008.04.10 간만에 평일에 여유 1
  5. 2008.03.10 초과 지출 1
  6. 2008.03.01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2

자아

일상다반사 2008. 5. 20. 15:35

나이 서른. 연애 경험 없음. 성관계 경험 없음. 입맞춤 경험도 없음.

연애에 관한 내 경험치다. 멋지군. 이정도라면 대한민국을 통틀어 흔치 않을 거라고 자부한다.

뭐. 물론 유사 연애(?) 라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 고삐리 시절 채팅으로 만난 이름은 물론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여성과의 '사귀자' 후 2번인가 만난고 흐지 부지 되었던 경험을 제한 것이지만.

흐음... 아마도 그때도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었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PC 통신 시절이엇고 삐삐가 유행하던때니까 말이지. 게다가 그나마 삐삐도 대학가서 생겼더랫고.


아뭏튼 인간의 뇌속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연애 세포라는 놈은 아마도 나에게는 없는 모양이고 있었더라도 고사된지 오래겠군.

요즘 들어서는 평생에 걸쳐 연애라는걸 해보는게 불가능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마구 들고 있다.

사실 20대에 해야할 세가지로 설정한 '해외여행','장발','연애' 중 '해외여행' 이 가장 어려울 거라고 생각햇는데 남들 다하는 '연애'만 하지 못햇다니.....

기타 자잘한 것들도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성공하고 더불어 해야 하는 것들은 모조리 실패했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많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성격상의 문제로 사실 연애는 불가능 하다고 어느정도 포기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이제 와서 독신주의를 유지한채 여성을 만난다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사실 성욕을 해소하는 것만 본다면 남성의 입장에서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인데도 궂이 연애를 해 보고 싶은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 미화된 그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궁금해서이다.

나는 '사랑'과 '우정'의 차이가 이성이나 동성을 떠나 대상을 나와 얼마나 동일 시 할 수 있느냐에 차이, 즉 우정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의 교류라면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의 동일한 운명 공동체로서 엮이며 서로의 인격에 융화되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려서 부터 확고하게 가치 우선순위의 최상위 제 1 명제로 '자아'가 확립되어진 나로서는 '나' 이외에 타인을 '나'와 동등 혹은 그에 준하는 레벨에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하는 '연애'라는 행위는 이해 불가, 실행 불가능의 영역인 것이다.

우선적으로 나는 타인이 나에게 특수한 감정(우정, 사랑, 증오, 존경 따위의)을 가지거나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입는다던가 고양되어 즐겁다던가 하는 것을 느껴본 일이 없다.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건 그게 나의 '자아'를 흔드는 일은 나에게 있어 불가능 한 것이다.

외로움 이라는 종족 번식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부정적 에너지로서의 감정은 나의 자아에 상처를 주지 못하며 심지어 게으름과 귀찮음이라는 그러니까 피로따위와는 틀린 당장은 그리 중요치 않은  육체적 평안에의 욕구보다도 후순위이다.

여행 다닐때도 여러명이서 다니는 가장 큰 이유인 외로움도 나에게는 상호간 의견조율이라는 수고로움에 밀려 있다. 그래서 나는 주로 혼자 여행한다.

동정, 이타심 등의 감정으로 인한 행동으로 생각될 수 잇는 행동들은 사실 깊이 고찰해보면 학습된 의무감에 의한 행동,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유발하는 행동이다.
 
이런 정신적인 상태는 극단적인 나르시즘, 극단적 이기주의로서 사실 사이코패스에나 나올법한 것이 아닌가.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알려지기 시작했을때 나는 내가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어느순간 쾌락 살인마가 되지 않을까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본일이 있다.

하지만 허용치를 넘어선 사회 부적합 행위가 나에게 치명적 손실이 될것이 확실한 것을 인지하고 있는한 최소한 나는 쾌락 살인마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이성으로 통제 불가능한 수면, 식욕 같은 욕구가 아닌 과시욕, 정복욕, 변태 성욕 따위로 이루어진 사디즘 따위 매우 손쉽게 억제 가능한것이다.

심지어 나는 담배를 끊는것도 별로 어렵지 않게 이룰수 있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삶은 결국 나의 모든 열정을 태울 수 있는 목적이 없는. 그저 살기 위한 삶이다.

무미 건조한 지루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이제 와서 자아 정체성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대단한 종교적인 체험을 하던가 죽음만큼 임팩트가 강한 체험을 하던가 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종교라는 걸 '노예 근성에 사로잡혀 홀로서지 못한 나약한 자들의 도피처' 내지는 '그런 자들을 광신도로 세뇌시켜 이용하는 집단이 만들어낸 황당하기 그지없고 우습지도 않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마땅한 악'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내게 종교적 체험 따위 있을리 만무하고 죽음 만큼 임팩트가 강한 경험도 그리 쉽게 할 수 있는게 아닌 이상 자아 정체성이 바뀔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남들이 다 느끼는걸 느껴보지 못한다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못한 느낌이다. 아마도 색맹이 나는 평생 이런 색으로 보아 왔는데 다른 사람은 몇가지 색을 더 볼 수 있다는걸 느꼈을때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사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지만 어딘가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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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고 싶다

일상다반사 2008. 4. 17. 17:41
부쩍 집이 가지고 싶다. 서울에 올라와 있는 사촌 여동생이 고시원에 살고 있는데 원룸이라 여동생을 내 방으로 들어오라고 할 수가 없다.

오라비로서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돈을 빌려줬던 동갑인 사촌도 불경기에 PC 방을 접고 평택 건설 현장 관리자 임시직으로 취업하더니 줄타고 페인트 칠 하는걸 배운다고 한다.

그놈은 그래도 그나만 자기 밥벌이는 하는 모양이지만 역시 서울의 월세방 집세가 영 부담이 되는 모양이고 나한테 빌려간돈 천만원도 이런식이면 갚을 수 있을지 모를 지경이니 차라리 어차피 평택 건설 현장에 계속 있을 것 같으면 세간 살림 처분하고 옷만 들고 내방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이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무래도 원룸에 둘이 사는건 좀 서로가 부담스러울 테지. 그놈은 그놈대로 신세 진다고 생각할테고 나는 나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려고 신경쓰일테고...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래도 사촌 형제들 중 기혼자를 빼면 내가 가장 형편이 나은 지경이다.

하지만 역시 가끔 손님을 들인다거나 지금처럼 서울에 올라와 있는 형제들을 걷어먹인다거나  원룸의 패해 (싱크대의 하수도 냄새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온방에 진동한다거나 가끔 밥해먹고 나면 열기와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거나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놓을 곳이 없어서 런닝 머신, 헬스 사이클을 장만하지 못한다거나...) 때문에 짜증이 날때면 집을 가지고 싶다.

현재 나와 같은 서열의 사촌 형제들을 보면 미혼자는 전부 무주택이며 기혼자는 전부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작년에 다들 집사서 들어 가는걸 보고 어찌나 부럽던지....

나도 그네들처럼 신축 30평대 아파트를 바라는건 아니다. 애시당초 독신으로 늙을 생각이니까 그저 자그마한 집이 있으면 될 따름.
20평형 초반의 방 2~3개 짜리 집을 가지고 싶다.

인터넷의 부동산 전문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한강 근처의 조망권 좋은 곳과 서울 도심, 강남은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광진구의 낙후된 아파트는 정말 무리하면 살수 있을 것도 같다.

대출을 얼마나 해줄지 모르겠지만 부동산 담보 대출 같은걸로 와방 받아서 전세금 빼고 펀드 해지하고 주식 팔고 하면 어찌 어찌 될만한 수준인 것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한나라당 에서 대거 수도권 국회의원이 배출되었으니 뉴타운 공약 때문에라도 집값이 오를 것 같으니 점점 집장만 하기가 힘들어 질 것 같은 위기감도 어서 집을 사고 싶은 이유중의 하나.


아..... 집 사고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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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오전 양일 간에 걸쳐 트루 티어즈를 감상했다.

장르는 학원 연애물. 학원 연애물이 다 그렇듯이 남자 주인공 하나와 복수의 여성 히로인이 연애질을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뭐 그런류의 뻔한 스토리였지만 그 뻔한 스토리, 좋아라 하니까 말이지. ㅋㅋㅋ

하긴. 내가 뻔한 스토리를 싫어햇다면 애시당초 무협지라던가 판타지라던가를 달고 살지도 않겟지. 음.... 이것도 중독일지도.

뭐. 아뭏튼.. 다시 감상평으로 돌아가서 역시 몇몇의 인터넷 댓글의 추천을 보고 감상한 것이니 만큼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것이 애니라기 보다는 드라마랄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메인 히로인 두명에 비중이 매우 떨어지는 보조 히로인(?) 하나. 물론 세명의 여성이 한명의 남성을 좋아하는 학원 연애물의 전형적인 할렘 패턴이다. (부러운 자식 같으니.)

절제되다 못해 약간은 억눌린듯한 일본식 감정 라인도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자꾸 보다보니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고...

결론은 꽤 봐줄만 햇다. 13화라는 적당히 짤막한 수준에서 완결이 됬다는 것도 맘에 들고. 킬링 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을 듯하다.

추천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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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일이 많이 밀려 잇고 정리가 안된게 수두룩하지만.... 뭐. 어쨋거나 오늘은 집에서 쉬었다.

선거라.....뭐. 이럴때는 좋군. 물론 투표는 했지만 내가 뽑은 후보가 될리 없겟지. 애시당초 절대 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찍었으니까.

아뭏튼 오늘은 간만에 여유라 오랜만에 애니를 한편 감상햇다. '코드기어 반역의 를르슈" 라는 제목이었군. 간만에 봐서 그런지 꽤 맘에 들었다.

음... 뭐. 기본적으로 로봇물이라서 건담 시리즈를 찾다가 어떤사이트에서 누군가 추천하는 글을 보고 본건데 뭐. 로봇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앗다. 흐음.... 풀메탈 패닉보단 조금 높고 건담 시리즈보단 조금 낮으려나...

게다가 클램프 원작인지라 그림체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퀄리티가 나빠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맘에 들었다. 또 데스노트의 영향을 받은게 확 보이더군.

사실 데스노트의 '키라'와 코드기어 반역의 를르슈 의 '제로'는 상당히 유사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더군. 보는 내내 든 생각이었다.

세계관도 특이하고..... 애시당초 2차대전의 침략국인 주제에 식민국가 일본을 설정하고 또 은근히 독립운동이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맘에 안들더라도 식민 체제속에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게 최선. 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것 같아서 그부분은 별로 기분이 않좋았지만. 나도 어쩔수 없는 한국인인지라 말이지.


아뭏튼 추천 한방 때려주도록 하지. 아직 보지 않앗다면 한번 봐주는 것도 좋겟지.

음. 다음엔 '트루 티어즈' 라는데 도전해 볼 생각이다. 13편이라 26편짜리인 를르슈 보다는 부담도 적고. 트루 티어즈는 학원 연애물인듯 하지만.... 학원 연애물도 좋아라 하니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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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지출

일상다반사 2008. 3. 10. 19:17

인간 관계가 빈약하고 특기할 취미가 없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으례히 친구놈들을 불러다가 술을 한잔 하게 되는데 이때는 내가 불러내가 되는지라 거의 대부분 내가 사게 된다.

덕분에 술값만 13만원 초과, 교통비 포함 15만원에 육박하는 대기록을 당설했다.

불과 1년 전 고시원 살때까지만 해도 하룻밤 술값에 10만원을 넘기는 인종들을 경멸하고 잇었는데 말이지...ㅡㅡ;;

물론 물가 상승으로 인해서 단지 세명의 밥한끼와 조개와 새우구이, 그리고 술이 다였음에도 돈이 그렇게 나왔지만 물가 상승만 탓하기에는 확실히 좀 과한 측면이 있었다.

거기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양주란것도 술집에서 사먹어 봤다. 물론 이건 난 조금만 보탯지만.


그리고 오늘은 내친김에 운동화와 구두, 스킨로션을 질러버렷다. 사고 나니 운동화는 빨아 신을걸... 하는 생각이 조금쯤 들었지만... 뭐. 그래도 주문을 취소 하고 싶진 않군.


그리고 내일은 우리 어머님의 탄신일이신지라 집으로 소정의 선물을 배송시켰다.

이래저래 요 몇일간 30만원이 넘어가는 돈을 써버렸다. 아껴쓸때엔 저돈으로 한달도 버텼는데 단지 몇일만에 써버리다니..ㅡㅡ;;

대학때 용돈이 15~20만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씀씀이다.


물론 이렇게 막 써댄 대야 요 몇주 잦은 고장으로 인한 출장과 그에 따른 출장비와 몇일내로 나올 야근 식대 등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있지만 이게 버릇되면 곤란한데 말이지.

음.. 자중하도록 하자. 펀드도 주식도 한참 마이너스인데 월급이라도 잘 모아야지. 재테크 정보를 모으는 것도 요즘은 시들하고 어설프게 나섰다가 오히려 손해만 보는 느낌이다.

그냥 가끔(?) 좀 심하게 부려먹긴 하지만 한달 먹고 자고 입고도 남아서 저축 할 정도의 돈을 주니까 이 회사에 잘 붙어서 나오는 월급이라도 잘 모아둬야지.


입사 만 2년을 조금 넘어서 연봉이 40% 정도 올랐으니 무척 많이 올랐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체감 입장에서 표도 나지 않는다.

그만큼 씀씀이가 커졌다는 소리겠지. 물론 어쩔 수 없이 지출이 되는 경우도 늘어났지만...

대표적으로 통신비와 교통비. 한달에 휴대폰 요금만 10만원을 넘어내고 있다. 썩을... 거의다 업무 용도인데 왜 내가 ...ㅠ.ㅠ

출장과 외근이 잦아지면서 교통비도 거의 20~30만원 가까이 지출되고 있다. 밤에 불려 들어가나 비상 호출의 경우는 택시를 타면 2만원 넘으니 10만원은 우습다.


하지만 그런걸 차치하고라도 분명 지출이 좀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음... 저축액을 좀더 증액해야 할까? 한 10% 정도 더 증액하면 한달 정말 타이트 하게 살 수 있겠군.

그러고 보니 한참 아낄때는 토요일 일요일은 항상 고시원 밥, 군것질은 하지 않았고 술은 2주에 한번씩만 마셨었군. 그땐 출장도 거의 없었고 전화도 별로 쓰지 않았으니....

흐음... 하지만 지금에 와서도 그렇게 까지 살고 싶지는 않은데 말야. 나이 서른에 그런 지지리 궁상을 떨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출장이 고정적으로 잇는 것도 아닌데.

음. 대충 타협하기로 하자. 어차피 갑부가 목표도 아니고 소시민으로 가늘고 길게 사는게 인생의 목표인 주제에 적당히 자기 만족을 위하는게 뭐가 어때서?

그래. 음음. 스스로 납득성공. 좋아. 뭐. 그래도 좀 찔리니까 저축액은 아주 쬐끔만 조금만 더 올리기로 타협하자. 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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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까마득한 국민학교 시절 (토 달지 말라. 그때는 국민학교였다.) 형님의 책꽂이엔  형님이 샀는지 누님이 사는지 알 수 없는 '청춘 스케치' 라는 두권짜리 소설이 있었다. 제법 유명해서 영화화도 되고 그랬었던것 같다.

게다가 두번째 권 마지막에 외전 격으로 있는 본편 남자 주인공 친구인 학생 부부의 이야기는 제법 H 한 씬도 있어서 당시 성에 눈뜨던 나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포르노가 넘쳐나는 지금 보면 아주 귀여운 수준이지만...

거기 주인공이 대학생들인 '철수' 와 '미미'다.

내용은 간단하다. 요즘으로 치면 된장녀인 '미미'를 고추장남이 '철수'가 쫒아다니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다.

'미미'는 외모가 능력이 출중한 남자를 꼬셔서 팔자 고치는게 목표인 좀 미모가 되는 여성. 그리고 혼전 순결주의자.(다분히 자신의 상품가치를 상승시켜려는 의도인듯 하지만.)

'철수'는 '미미'에게 반해 수없이 퇴짜 맞으면서도 줄기 차게 쫒아다니는 못생기고 키 작고 공부도 못하며 잘하는 거라곤 당구 밖에 없는 동정남.

그 밖에도 갈비집 아들이며 여성을 꼬시는게 특기이며 사교춤(특히 탱고)을 잘 추는 '돈 카사노바' (돈 쥬앙 + 카사노바) 가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군.


이 소설은 다른 몇몇과 함께  유년 시절 나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한 소설이다.


그 소설에 '철수'의 좌우명이 바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말라' 였다. 지금에야 이게 푸쉬킨의 가장 유명한 시의 첫머리라는 걸 알지만 그때만 해도 난 저게 저 작가의 오리지널인줄 알았었더랫다.

그리고 '참 멋있는 말이구나.' 라고 감탄햇다. 아니 감탄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 저 문구를 읽는 순간 뭔가 두둥! 하고 문구가 뇌리에 꽂혔다.

플래쉬 메모리급의 기억력을 자랑하는 내가 20년이 다되가도록 등장 인물이름 까지 까먹지 않앗다는건 얼마나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나는 그때 이후로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렇다. 했.었.다.


이제껏 세상을 살아온 30년. 나의 삶은 몇번이나 나를 속였는가? 그때 마다 나는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않았는가?

나의 삶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살아 가는것. 60억의 스토리 중에 유일하게 내가 주인공인 내가 써가는 나의 이야기. 나의 삶이 나를 속인다면 그것은 분명 나의 인과에 의한 것일 게다.



요즘 나는 나의 일때문에 참 힘들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것 같다.

작년 초에도 물론 힘들었지만 현재의 일이기 때문인지 지금이 훨씬 힘든것 같다.

오늘로 2주째 밤샘. 이렇게 연이어 밤샘을 해본적이 있었던가? 물론 없다.

주말도 없고 밤낮도 없고 오로지 일.일.일. 같이 일하는 사람들마저 짜증나기 시작햇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서 'A' 라고 말하면 'B' 라고 알아 듣고 나중에 '니가 B라고 말햇지 않느냐? 그러니까 니 탓이다.' 라고 지껄이는걸 듣는게 신경질 난다.

다시 내가 '그게 아니라 A 라니까요. 이러 이러해서 A 라고 말했잖습니까?' 라고 하면 또 '그러니까 그게 B 라는 소리잖아. 그렇게 말하면 누가 알아 듣냐?' 라고 말하는건 더 열받는다.

똑같은 상황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설명을 해줘야 하는일에 진력이 난다.



그렇다. 나는 어딘가에 하소연 하고 싶은것이다.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나와 공감하며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을 같이 씹어주기를. 그리고 나를 위안해주기를. 나를 이 상황에서 꺼내 주기를. 그것이 안된다면 이 상황을 잠시 잊게 해 주기를.


삶이 나를 속이고 있다고 노여워 하고 있는 거다. 어허허허허허허... 내 인격 수양은 초등학교 이후로 발전된게 없구나.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냥 소년으로 남고 싶어 햇던 것 같다. 왕 보단 왕자 가 좋았다.

그래. 이렇게 힘든 시기를 겪고, 거치고, 넘기고 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체념하여 익숙해져 '적응' 해 나가는 것이 '어른'인 거겠지.

나는 이미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 '어른'인거다. 언제까지고 힘들다고 때를 쓰는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으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가 되어 도태된다.

이미 내 삶은 '아큐우 정전'의 '아큐우' 같은 삶이란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아무리, 아무리 힘든 오늘을 보내도 진정한 의미의 평안이란 죽기 전까진 결코 오지 않을 것임을. 살아가는 동안 매 순간 순간마다 힘든 지금, 힘든 오늘을 보내게 될 것임을 뼈져리게 잘 알고 있음에도 나는 '어른'이기 때문에 결코 투정과 포기는 용납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 나에게 있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라는 말은 그저 '포기하지 말라' 거나 '희망을 잃지 말라' 거나 '인내심을 가지라' 등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멋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저 말이 무척.... 무척 잔인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 푸쉬킨 -
Posted by 행인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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