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내가 한달을 일하는 이유. 나의 하루와 한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상. 그 존재의 이유이다.
급여일이다.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이날을 위해 한달을 살고 있는데 이날은 과연 무엇때문에 소중한지 좀 헷갈릴때가 있다.
내 노동의 댓가를 받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인데 그럼 과연 이 댓가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어디선가 주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태평양인지 대서양인지 인도양인지 지중해인지 모를 어딘가의 섬나라? 그것도 기억안나니 어딘가의 어촌 마을 쯤이라고 해두자.
아뭏튼 그런 어촌 마을의 사람들이 있었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현실에 만족하며 그저 식량이 떨어질때 가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그 이외의 시간은 그저 빈둥빈둥 놀며 이웃과 이야기하고 웃고 즐기는 시간이 더 많은 그런 마을.
이 마을에 어떤 잘나가는 사업가? 은행가? 아뭏튼 그런 사람이 휴가를 왔다.
그리고는 이사람들이 사는 방법을 보고 한심해 하며 말했다.
'당신들은 왜 그렇게 빈둥거리며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가?'
그러자 그 마을 사람들이 말햇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것입니까?'
'우선 매일 배를 타고 나아가 물고기를 잡으시오.'
마을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호오? 그리고요?'
'그리고 당신들이 먹고 남은 물고기를 통조림으로 만드는거요!'
'호오? 그리고요?'
'그리고 그걸 팔아 부를 쌓는 거요!'
'호오? 그리고요?'
'???... 음..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계속 부를 쌓는 거지요.'
'음? 그렇게 부를 쌓고 나면요?'
'그렇게 부를 쌓고 나면.. 은퇴를 하여.. 작은 마을에 예쁜 집을 짓고.. 배를 사서...낚시는 하는 유유자적한 생활을.....'
... 더이상 그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마을 사람들은 더이상 그의 말에 신경쓰지 않았다.
라는 뭐 그런 시덥지 않은 이야기. 뭐. 현실은 시간을 때우기 위한 낚시와 생계를 위한 낚시는 엄연히 다르지만 어쨋거나 말이지.
아뭏튼 그런 이야기도 있는 만큼 나는 일의 선후와 원인과 결과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노력하려고 노력만 하고 있지만.ㅡㅡ;)
그래서 되도록이면 난 내가 하고 싶은건 웬만하면 다 하고 사는 편이고 욕구에 충실한 편이다.
연애를 안하고 결혼을 안할 생각인 독신주의자이며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본능을 억누르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지.
단지 난 그것보다 인간관계에 따른 귀찮음이나 부담스러운 책임감, 금전적 손실을 더 우선순위로 생각하기 때문이지, 내가 무슨 금욕주의자이거나 도를 깨치고 싶다거나 해서가 아니다.
나의 존재의 이유 같은거 알지도 못하고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사실 뭐 그렇게 크게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이왕 태어났고 자아를 자각했으며 이성을 가지고 있고 형이상학적인 무엇인가에 관한 개념을 가지고 있고, 어차피 영원할 수 없는 바에야 짧은 생이나마 행복하게 살고 싶은게 내 바람이다.
그리고 그 행복한 삶을 좀더 길게 누리고 싶은게 내 인생의 목표인거고.
심정적으로야 맥동우주론을 지지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근거에 의하면 우주는 계속 팽창할테고 결국은 중력이 패배하여 분자도 원자도 낮낮히 분해되어 빛도 시간도 물질도 에너지도 없는 절대영도의 절대무의 세계가 우주의 종말이니 어차피 영원 이라는 단어는 존재할 수 없는 단어이다.
고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 생명활동이 종료될때 추태부리지 않고 깔끔하게 가는 것이 현실에 순응하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겟는가.
그래서 난 즐겁게 살고 싶다. 그게 내 인생의 목표이며 급여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진데 가끔 헷갈릴때가 있다. 급여는 행복한 인생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마땅한데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급여를 위한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 들때가 많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일을 하기 위해서 사는 삶. 부의 80%를 가져가는 상위 20%를 위한 노예와 다를바 없는 삶.
좀 그만하고 싶은데 말야. 노예에서 지배자로 신분 상승하는 것은 요원해 보이니 탈주 노예가 되어 화전민이 되는 길을 택한 것인데 어느새 다시 노예로 돌아온 자신을 보면 참......
아뭏튼 오늘은 급여일이다.
어쨋거나 한달 노동의 댓가를 받는 날이며, 이런 저런 생각을 들게 하지만 역시 한달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
그저 아무 생각없이 좋아하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