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기

일상다반사 2011. 6. 7. 11:53

동물이 살기 위해서 먹이 활동과 더불어 필수 요소가 있으니 바로 배설 되시겠다.

언제부터인지 배변 활동 후 뒤처리를 할때 똥꼬에 혹 비스무리한게 만져지더니만 그게 조금씩 커지더니 술을 먹은 어느날 갑자기 견딜 수 없이 아파왔다.

그리하여 똥꼬를 Fix 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수술이란걸 받았다.


부위도 부위이지만 이몸이 꼬꼬마 무렵 아버님께서 동일 질병으로 몇일을 입원하시고 한두달을 무지하게 고생하시는 모습을 목격한지라 병원 선택에 더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안아프게 한다는 병원을 문명의 이기 인터넷을 검색하여 보니 전부 서울에 몰려 있군. 서울 사니 이런건 좋구나.


본게 있는지라 공포감이 들지만 그간 의학이 많이 발달 했음을 믿고 수술을 강행.

수술 할 때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수면내시경 할 때 처럼 재워 놓고 국소 마취하여 수술했기 때문에 수술대 위에 업드려 간호사가 궁뎅이를 까서 '젠장.. 쪽팔리게...' 라고 멀쩡히 눈을 뜨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언제 감았는지 모를 눈꺼풀을 들어올렸더니 수술이 끝났다.ㅡㅡ;;

아직 수면 약성분이 남았는지 비틀비틀 병실로 가서 침대에 엎어져 다시 바로 골아 떨어졌다.

그리고 전화벨에 눈을 뜨니 폐인의 문병온다는 전화다.

아직 마취가 덜 깬 이상한 감각의 하반신을 한채 문병온 폐인과 모군을 맞이했다. 위문품을 사왔군. 문득 그걸 보니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 되었다.

컵라면을 부탁하여 사다 놓고 잠시 이야기를 하고 위문단이 돌아갔다.

마취가 덜깻기 때문일지, 꼬리뼈에 꽂아진 무통주사 때문일지 이때까지도 전혀 통증이 없었다.


병원에서 제공한 죽과 위문품인 샌드위치와 라면을 해치우고 잠시 책을 보다 잠들었다 일어났다.

역시 아프지 않다! 오오 역시 병원을 잘 선택 했군! 

병자 수송을 위해 일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차를 몰고 병원에 찾아온 폐인을 맞이하고 수술후 경과 검사를 받았다.

수술한 자리를 카메라로 보여주는데...ㅡㅡ;; 제길... 똥꼬 주변으로 티스푼으로 살을 퍼 놓은것 같은 자국이 방사형으로 나있고 피고름 같은게 (정상 분비물이니 안심하라고 안내문에 써있었다)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아뭏튼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지. 뭐. 애시당초 보기 좋은 부위가 아니기도 하고.. (난 이번에 수술하면 내똥꼬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내똥꼬가 이렇게 생겼더랬군.ㅡㅡ)

그리고 관장... 사실 이게 제일 힘들더군.  수술 전에도 한번 했는데 5분을 참으라고 하는데 관장액이 투여되고 딱 5초만에 반응이 오기 시작하고 죽을힘을 다해 5분을 견뎠건만,  수술 후엔 똥꼬 조이기도 힘들어 진짜 눈앞이 노래졋다.ㅡㅡ

간호사에게 샐것 같다고 말했더니 여상스럽게 그러면 가서 일보란다.

화장실로 달려가 바지를 내리자 마자 바로 콸콸콸... 음.. 생각해보니 치질 수술 후 첫똥은 지옥을 본다는데 이건 뭐.. 진짜 안아프잖아! 우후후후후. 라고 생각한 순간 밀려오는 쓰라림...ㅡㅡ;;

아 Shit... 쓰라려서 휴지질도 제대로 못하겟군. 비데가 없었으면 어쩔뻔했을까나... 비데로 씻고 살살 휴지질하였더니 휴지에 피가 묻어 나오는군. 아.. 젠장. 아침부터 피보고 말야.

나오니 간호사가 좌욕했냐며 좌욕하란다. 아무생각 없이 나왔는데 좌욕기가 있었다. 간호사가 틀어주는군.

그리고 똥꼬에 댄 거즈와 생리대를 갈았다. 내 30년이 넘은 인생중에 생리대란 물건을 직접 사보기도, 만져보기도, 사용해보기도 처음이라 처음엔 이걸 뜯지도 못해서 간호사가 알려줬다.

어떻게 쓰는건가 했더니 팬티에 붙이는거였다! 자연스럽게 날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오호? 머리 좋은데?라고 감탄했지만 우라질. 난 사각 팬티잖아! 어쨋건 접착부위가 있기 때문에 대강 붙이고는 다시 의사에게 갔다.

카리스마 만땅의 의사가 의자에 털썩 주저 앉기, 토끼뜀, 달리기를 시킨다. 편안하게 마음 먹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주지시킨다. 쉽게 말해 쫄지 말란 소리다.

그래보죠.라고 대답하고 퇴원.

폐인의 차에 얹혀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아프지 않아서 잠시 나가 요기 거리를 사다가 폐인과 간단히 아침을 먹고 노닥거리다 폐인이 돌아갔다. 일요일에 새벽부터 수고해준 폐인에게 Thanks. 완치되어 술이 허가되면 한잔 사도록 하마.


거즈와 생리대를 자주 갈아줘야 해서 좀 짜증났지만.. 뭐. 안아픈게 어디인가?  이렇게 간단히 수술이 끝나는군. 별거 아닌데? 라고 생각하며 뒹굴거리며 일요일을 보냈다.

그리고 월요일. 현충일이라 이날도 쉬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침에 잠에서 깨는데. 아랫배가 묵직한 것이 소식이 온다.

음.. 약간 긴장하며 변기에 털썩 주저 앉아 일을 보는데......ㅡㅡ;;; Shit! 너무 아프잖아! 좌욕을 하거나 토끼뜀을 하고 일을 보라는 것도  까먹고 약먹는 것도 까먹고 그냥 주저 앉아서 그런가 똥은 싸야겟는데 똥꼬는 쓰라리고 중간에 끊으려고 힘주니까 더아프고, 그래서 끊지도 못하겟고.. 식은땀이 좔좔, 눈앞이 빙빙 돌면서 노래진다.

아.. 젠장.. 의사가 어떻게하면 안아프댔더라? 필사적으로 생각하며 천신만고 끝네 진짜 쥐똥만한 배설물을 본데 만족하고 뒤처리를 했다. 사실 아직 좀 덜싼 기분이지만 더 싸다간 싸다가 뒈질것 같아서 쫄아서 못싸겠다.ㅡㅡ

제기랄. 더럽게(여러가지 의미로) 아프구나. 괜히 '통증시'라고 씌여진 약을 주는게 아니었다.ㅡㅡ 안아프다고 방심하고 있었다가 완전히 죽을 뻔했다.


끙끙거리며 휴지질을 하는데 피가 죽죽 묻어나온다. 썩을... 역시 안내문에 그럴거라며 쫄지 말라고 써있었기 망정이지 바로 119 부를뻔했다.

똥싸다가 온몸이 땀에 흠뻑 다 젖어보기는 진짜 처음이다. 아무리 악성 된똥을 만나도 이정도는 아니었건만.ㅡㅡ;;

샤워를 때리고 거즈와 생리대를 갈고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잠들었다.

오후가 되어 눈을 뜨고 책을 보고 있자니 아까 덜싼 놈들이 내보내 달라며 신호를 보낸다. 안싸면 안되겠지? 제기랄....

아까 쓴맛을 제대로 본지라 사다놓고 5년째 한번도 쓰지 않은 플라스틱 대야를 철수세미와 항균 욕실 세정제로 벅벅 씻은 후 물을 받아 좌욕을 한다.

그리고 최대한 의사 말에 유념하며 다시한번 시도. 음... 아침보다는 덜아프구나. 할만한 수준이다. 역시 의사말을 잘 들어야 한다.

한데 또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밀어내긴 했는데 잔변감이 남아 있다. 양도 썩 다 나온것 같지 않지만 더해봐야 나오지도 않을 것 같고 나중에 배아플때 다시 시도해도 될 것 같아, 똥꼬에 힘을 줘서 다시 닫아야 하는데 이게 영 아프다.ㅡㅡ 

게다가 집에는 비데도 없어서 휴지질을 해야 한다.

비데란 물건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전국민의 대부분이었던 시절부터 창원 본가에는 비데가 있었던 이유가 이거구나.

없는 살림에 그걸 장만한게 절절히 이해 됩니다. 아버지.ㅠㅠ

어찌어찌 뒷처리를 하고 다시 좌욕을 한다. 후우.... 의사 말대로다. 좌욕을 하니 통증이 많이 가라 앉는다.


아.. 제기랄. 33년간 똥을 싸왔는데 똥싸는게 이렇게 험난 줄이야... 내일부터 출근인데 회사에서 좌욕도 못하는데 마려우면 어케 싸지.. 아.. 제기랄....


그리고 오늘 출근. 중간 경과를 보러 병원엘 다녀와야 하는데 오늘은 똥을 싸지 않았다. 배도 아프지 않은데 괜히 억지로 지옥을 볼 필요는 없으니까.. 배아프면 밀어내도 늦지 않아. 음음. 이건 절대 내가 쫄아서가 아닌거다. 음음.

똥을 싸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일어났건만 배가 아프지 않아서 그냥 씻고 8시 반에 출근한건 그냥 부수입 정도라고 생각해두자.

아뭏튼 여기까지가 길고 긴 수술기다.

독자제현(그래봐야 3~4명정도이지만)에게 고하니 평소 똥꼬 건강에 유념하라. 어려서 아버지가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귓등으로 흘리고 오늘 날 쓴 맛을 제대로 보고 있자니 별로 하지 않는 후회라는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온다.ㅠㅠ

Posted by 행인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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