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마비?

정치사회 2011. 4. 15. 14:09

나는 현대캐피탈도, 농협도 이용하지 않는다.

고로 현재까지는 나에게 피해가 없다.

하지만 IT 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피해를 본 현대캐피탈, 농협 고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것 참 깨소금 맛이다.

'머리속에 든게 삽한자루 밖에 없다.' 라고 진중권 아저씨가 말한 것 같은데 아뭏튼 그분이 높은자리에 오르시며 정통부를 없애고 산업화 고도성장시절을 잊지 못해 '전 국토의 공사판 화'를 부르짖으며 토목, 건설 부양, 정보화 기술 말살 정책을 펼때 알아봤다.

1차 산업을 경멸하며 2차 산업으로 성공한 세대들은 이제 기성세대가 되어 그들을 '사농공상'의 가치관에 입각하여 비난했던 그들의 이전 세대처럼 이제 정보화 세대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어떤 노랫말처럼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고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은 너무 굳었다.

하지만 고래로부터 이어진 관습으로 사회의 지도자는 'Elder' 즉 나이가 많은 장로가 맏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성공해봤던 방식을 옳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추진하려고 한다.

미안하지만 물이 흐르는것 처럼 세월도 흐르고 환경에 맞는 성공 방식이 있기 마련이다.

개천에서 가재는 돌맹이 사이에 숨어서 생존하지만 깊은 강에서는 진흙 침전물 때문에 돌맹이 사이를 찾을 사이에 잡아 먹힌다.

베스는 강에서 포식자로 당당히 헤엄치며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잘 생존하지만 바다에서는 그리 큰 물고기도 아니고 염분에도 적응하지 못하니 당당히 헤엄치지도 못하고 숨어다니지 않으면 잡아먹히기 딱좋다.


시간이 흘러가는 만큼 환경도 변했고 변화의 속도도 점점 빨리진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가치가 지금은 발전의 발목을 잡는 인습이다.


IT 보안 인력을 씹다버리는 껌처럼 잠깐 필요할 때 유지하다가 대강 결과물이 산출되면 구조조정으로 잘라버리고, 아웃소싱을 한다.

아웃소싱을 통한 외주 업체는 동등한 계약관계로서의 협력사가 아니라 주종관계로 착각하여 쥐잡듯히 잡고 마른걸레 쥐어짜듯 쥐어짠다.

일본에서 들여오고 박정희때 뿌리내린 군대식 수직적 관료 문화에서 적응하고 성공한 이들의 방식이다.

일괄적으로 출근해서 일괄적으로 생산하고 늦게까지 일한다.

공장의 라인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직원이 같은 시간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출근시간이 중요하고 단순 반복작업은 창의력을 별로 요하지 않기 때문에 늦게 까지 일하면 생산량이 늘어나고 매출이 늘어난다.

따라서 정시에 출근시키고 늦게까지 일하도록 쥐어짜면 즉시 이익으로 연결된다.

이익이 커지면 더 큰 이익을 보기 위해 투자하여 라인을 늘리고 생산설비를 증설하니 거기에서 일할 인원도 더 필요하다. 고용이 촉진되고 낙수효과가 발생하여 사회 전체의 부가 조금씩 커진다.

바로 산업화 시대의 가치이며 성장 방법이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IT 기술은 창의적으로 생각하여 창조해야하는 기술이다. 프로그래밍은 머리속의 재료를 조합하고 수학적으로 구성하여 아키텍처를 설계한 후 그것을 구현해 내는 작업이다. 맑은 정신과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나같이 아침에 일찔 일어나면 오전 내내 또는 하루종일 피곤하고 머리가 멍한 저녁형 인간에게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하라고 하면 나는 오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멍~ 하니 코딩 한줄 못하고 있거나 버그를 잔뜩 생산해낸다.

차라리 아침에 늦게 출근하고 저녁에 늦게 퇴근하는 것이 생산성이 더 높다.

협업은 필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시에 일하지 않으면 작업이 시작되지 않는 공장라인이 아니다.

그저 지정된 시간, 목표된 마일스톤 까지 어떻게 일하든 최적의 결과물을 산출하는것이 중요하다. 즉 예전만큼 출근 시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가카께서 주장하신대로 IT 기술은 좀더 많은 것을 자동화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게 고용을 줄이는 것은 순전히 가카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기업들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출고하여 판매하면 어쩌다 가끔 A/S 를 해줄 뿐인 2차산업 생산물처럼 IT 생산물은 단순하지 않다.

괜히 IT 기업에 '유지보수' 를 위한 운영팀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다. 끊임 없는 관리와 Upgrade 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 만들었으니 이제 넌 필요없어' 라고 잘라버리니 지금 이꼴이 나는거지.


IT 기술의 파괴력을 우습게 보는거지. 사칙연산과 글만 쓰고 읽을 줄 말면 되는 수준의 공돌이와 지적노동자인 IT 기술자를 같이 보면 곤란하다.

공돌이가 회사에 깽판쳐봐야 얼마나 치겟으며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되겟는가?

하지만 IT 기술자가 억하심정을 품고 맘먹고 깽판치고 치명적인 대형 사고도 일으킬수 있다.


농협 사태는 아직 어찌된 영문인지 원인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협력업체 직원 ( 협력 업체? 하청 이라는 표현이 좀더 맞을 것 같다. 말만 협력이지 절대 동등하지 않다.) 이 엿먹어보라며 고의적으로 깽판을 쳣다는 설이 있다.

그럴만 하지. 농협과 KT는 협력업체 즉 '을'들을 쥐잡듯히 갈구는 것으로 유명하다. SKT의 유명한 모 매니저도 협력업체 직원을 갈구다가 그 직원이 열받아서 노트를 집어던져버리고 나간 일도 있었으니 공식적으로 유명한 저 두곳은 그런 직원이 더 많겟지.

물론 노트북 집어던지고 나간 그 직원은 SKT 전국사 출입금지를 당햇을 뿐 아니라 회사에서 짤리고 그 회사도 이사까지 불려가서 홍역을 치른 모양이지만, 우리회사에서 이야기 할 때는 다들 그 집어던지고 나간 직원을 십분 이해했다.

만약 농협 협력업체 직원이 갈구는걸 참다참다 엿먹어보라고 지금 같은 일을 벌인거라면 한국 IT의 순교자가 아닐 수 없다.

그간 IT 업계 내부에서만 돌아다닌 몇몇 사건은 있었지만 이렇게 국가적으로 이슈화가 된적은 한번도 없었다.

벌써 뉴스에도 IT 보안과련 예산 삭감이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제대로 한방 먹인거지. 만약에 진짜 맘먹고 엿먹인 거라면 말이다.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올게 왔고 터질 일이 터진거라고.

Posted by 행인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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