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 연애 경험 없음. 성관계 경험 없음. 입맞춤 경험도 없음.
연애에 관한 내 경험치다. 멋지군. 이정도라면 대한민국을 통틀어 흔치 않을 거라고 자부한다.
뭐. 물론 유사 연애(?) 라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 고삐리 시절 채팅으로 만난 이름은 물론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여성과의 '사귀자' 후 2번인가 만난고 흐지 부지 되었던 경험을 제한 것이지만.
흐음... 아마도 그때도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었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PC 통신 시절이엇고 삐삐가 유행하던때니까 말이지. 게다가 그나마 삐삐도 대학가서 생겼더랫고.
아뭏튼 인간의 뇌속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연애 세포라는 놈은 아마도 나에게는 없는 모양이고 있었더라도 고사된지 오래겠군.
요즘 들어서는 평생에 걸쳐 연애라는걸 해보는게 불가능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마구 들고 있다.
사실 20대에 해야할 세가지로 설정한 '해외여행','장발','연애' 중 '해외여행' 이 가장 어려울 거라고 생각햇는데 남들 다하는 '연애'만 하지 못햇다니.....
기타 자잘한 것들도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성공하고 더불어 해야 하는 것들은 모조리 실패했다는 것은 정말 문제가 많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성격상의 문제로 사실 연애는 불가능 하다고 어느정도 포기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이제 와서 독신주의를 유지한채 여성을 만난다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사실 성욕을 해소하는 것만 본다면 남성의 입장에서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인데도 궂이 연애를 해 보고 싶은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 미화된 그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궁금해서이다.
나는 '사랑'과 '우정'의 차이가 이성이나 동성을 떠나 대상을 나와 얼마나 동일 시 할 수 있느냐에 차이, 즉 우정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의 교류라면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의 동일한 운명 공동체로서 엮이며 서로의 인격에 융화되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려서 부터 확고하게 가치 우선순위의 최상위 제 1 명제로 '자아'가 확립되어진 나로서는 '나' 이외에 타인을 '나'와 동등 혹은 그에 준하는 레벨에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하는 '연애'라는 행위는 이해 불가, 실행 불가능의 영역인 것이다.
우선적으로 나는 타인이 나에게 특수한 감정(우정, 사랑, 증오, 존경 따위의)을 가지거나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입는다던가 고양되어 즐겁다던가 하는 것을 느껴본 일이 없다.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건 그게 나의 '자아'를 흔드는 일은 나에게 있어 불가능 한 것이다.
외로움 이라는 종족 번식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부정적 에너지로서의 감정은 나의 자아에 상처를 주지 못하며 심지어 게으름과 귀찮음이라는 그러니까 피로따위와는 틀린 당장은 그리 중요치 않은 육체적 평안에의 욕구보다도 후순위이다.
여행 다닐때도 여러명이서 다니는 가장 큰 이유인 외로움도 나에게는 상호간 의견조율이라는 수고로움에 밀려 있다. 그래서 나는 주로 혼자 여행한다.
동정, 이타심 등의 감정으로 인한 행동으로 생각될 수 잇는 행동들은 사실 깊이 고찰해보면 학습된 의무감에 의한 행동,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유발하는 행동이다.
이런 정신적인 상태는 극단적인 나르시즘, 극단적 이기주의로서 사실 사이코패스에나 나올법한 것이 아닌가.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알려지기 시작했을때 나는 내가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어느순간 쾌락 살인마가 되지 않을까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본일이 있다.
하지만 허용치를 넘어선 사회 부적합 행위가 나에게 치명적 손실이 될것이 확실한 것을 인지하고 있는한 최소한 나는 쾌락 살인마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이성으로 통제 불가능한 수면, 식욕 같은 욕구가 아닌 과시욕, 정복욕, 변태 성욕 따위로 이루어진 사디즘 따위 매우 손쉽게 억제 가능한것이다.
심지어 나는 담배를 끊는것도 별로 어렵지 않게 이룰수 있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삶은 결국 나의 모든 열정을 태울 수 있는 목적이 없는. 그저 살기 위한 삶이다.
무미 건조한 지루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이제 와서 자아 정체성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대단한 종교적인 체험을 하던가 죽음만큼 임팩트가 강한 체험을 하던가 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종교라는 걸 '노예 근성에 사로잡혀 홀로서지 못한 나약한 자들의 도피처' 내지는 '그런 자들을 광신도로 세뇌시켜 이용하는 집단이 만들어낸 황당하기 그지없고 우습지도 않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마땅한 악'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내게 종교적 체험 따위 있을리 만무하고 죽음 만큼 임팩트가 강한 경험도 그리 쉽게 할 수 있는게 아닌 이상 자아 정체성이 바뀔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남들이 다 느끼는걸 느껴보지 못한다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못한 느낌이다. 아마도 색맹이 나는 평생 이런 색으로 보아 왔는데 다른 사람은 몇가지 색을 더 볼 수 있다는걸 느꼈을때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사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지만 어딘가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