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권리

정치사회 2011. 7. 5. 10:39

지난 주 말 쯤 홍대 출신자들의 입사 거부 때문에 좀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홍대에서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하자 발끈한 일부 스스로 정의감이 투철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중 회사 오너 쯤 되는 위치의 사람들이 홍대출신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거다.

하아..... 이 소릴 듣고 참... 한숨만 나온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선과 정의를 실천한거겠지만 문제는 이 선과 정의라는게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서 정해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법은 하나의 철학, 하나의 사상을 기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물론 애초 인간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법칙, 하나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에 도덕과 정의, 바른 삶의 원칙을 단 하나의 규칙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게 철학이지.

과학도 마찬가지로 이 우주가 우연히 만들어졌으며 아무런 규칙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우주 생성원리와 모든 물리 법칙을 수학적으로 아름답게 증명되는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통일장 이론이 끊임없이 시도되는거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게 있을지도 모르겟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완벽한 철학, 완벽한 과학은 발견되거나 발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그럴듯한 원칙들을 그러모아 이것 저것 잡탕해서 사용하는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 주의, 즉 다원화 주의를 애용한다.

마침 동양 철학에는 이를 설명하는 훌륭한 말이 있으니 바로 '중용'이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아뭏튼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전세계 상위 10% 수준의 국가이며 교육수준은 그보다 더 높기 때문에 공교육만 받아도 그정도는 알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배우면 뭐하나. 써먹지를 못하는걸. 암기 위주의 교육의 폐해다.

공리주의와 자유주의가 서로 충돌한다고 해서 어느것이 절대적으로 옳고 어느것이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어느것이 진리이다 라고 말 할 수 잇는 사람이 있는가? 제레미 벤담이야 그렇게 말했지만 그거야 지가 만든 사상이니 그런거지.

아뭏튼 자신의 주장이 진리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아무도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사이비 교주이거나 사기꾼이지.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주장하며 설득하기 위해 토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전에도 썻다시피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 하며 상대방이 아무리 옳은 소릴해도 들어먹질 않은채 오로지 반박 논리만을 만들어 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반박 논리라도 만들어내는 사람은 그나마 식자층에 속한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논파당하면 인정하지 못하고 바로 폭력을 휘두른다.(그게 욕이든 악플이든 주먹질이든. 정신적이건 물리적이건 어쨋건 폭력이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때 배우지 않았나? 다원주의, 중용. 그리고 결정적으로 개인을 심판하여 벌 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합의 하에 '국가'만이 그 권리를 가지며 오로지 '국가' 만이 개인을 강제하고 구속 할 수 있고 따라서 '국가' 만이 물리력을 소유할 수 있기에 '국가'만이 군대과 경찰력을 가진다 라고.

국.영.수가 아니라서 그냥 대강대강 넘어간 과목이라 그런건가? 진실로 중요한건 이런 교육인데 말야.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 내 생각이 진리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은 전부 틀렸고 내가 바로 '선'이기 때문에 나와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악'이다. '악'은 심판 받아 마땅하므로 '선'인 나는 '악'을 심판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뭐. 대강 그런 생각인것 같다.

위험하기 그지 없는 생각이며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책인 '마녀의 망치'를 쓴 사람의 생각과 동일하다. 마녀 사냥이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심판이기 때문에 마녀사냥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건가?

아무도 당신에게 심판할 권리를 주지 않았다. 심판할 권리가 없을 뿐더러 해서는 안된다. 그런사람이 많아지면 그 국가는 전체주의가 되고 제국주의가 된다.

결국에는 극단적으로 나와 다른이를 배척하여 제거하게 되니 제노사이드가 일어나는 것은 순식간이겟지.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경상도와 전라도로 나뉘어 인종청소가 일어날지도 모를이다.

비약이라고? 천만에 말씀이다.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고 지금도 인터넷에 넘쳐나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봤을때 적어도 두자리수 확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기 생각을 주장하고 자기 생각과 다른 이들과 서로 토론하며 뒤에서 상대진영을 비난하는 것을 욕하지 않는다. 나도 그러고 있다.

하지만 강제적인 억지력을 써서 굴복 시키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설득을 시키지 못하니 강제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건데.. 그건 결국 힘있는 놈이 지 맘대로 하겠다는 거하고 뭐가 다르냔 말이다.

약육강식이냐? 스스로 짐승과 같은 수준이라고 인정하는 거냐?

장난삼아 말하는 내가 바로 진리이니 나를 믿으라와 진실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국가가 가지고 있는 심판의 권리도 남용되고 악용되지 못하게 견제하고 막아야 할 판에 정확한 기준과 가치관도 가지지 못한 어설픈 개개인이 심판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고 있다.

참... 갑갑하고 답답하기 그지 없으니 한숨만 나온다.


Posted by 행인_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