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진하다

회사생활 2010. 11. 15. 11:12
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자체 종료되었다.

물론 미진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계속해 나갈 생각이지만... 이미 계약이 완료되어 시험 일자를 받아둔 상태에서의 개발에만 익숙해져왔던 나에게 나름 열심히 개발해왔는데 계약이 불발되어 '대강 되었으니 접자' 는 식이 되니 그 찝찝함이 이루 말 할 수 없다.

흔한 비유로 똥싸고 안닦고 나온 느낌이랄까...

물론 '대강 되었으니 접자'는 식으로 직접 말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개발 기간이 다 되었으니 정리합시다.' 지만... 계약이 되어 시험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불완전한 프로젝트가 접히겠는가?

팀을 옮기고 가장 적응이 안되는 것이 바로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다. 내가 항상 씹는 갑님의 지론인 '못써먹을 개발자 마인드' 가 나와 충돌하고 있다.

나는 업무의 1/3을 넘어선 분량을 운영지원에 가까운 일을 해 왔기 때문에 개발자인 주제에 운영지원쪽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나는 개발자이지만 회사의 방침, 조직, 경영상황 등에도 관심이 있으며 우수한 프로그램보다는 구매자입장에 맞춘 프로그램을 선호하며,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개선된 결과물을 산출하는것 보다 어떻게 때려 맞추더라도 시간안에 결과물을 제시하길 원하는 쪽이다.

개발자라기 보다 마케팅 업무를 하는 사람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제 그만 지겹고 어차피 계약도 안됬는데 다른 신기술을 공부하기 위해 이만 접자' 는 좀 받아들이기 힘들다. 문제는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만.

여기 까지 해놓았으면 다음에라도 팔 수 있도록 대충이라도 product 는 생산해 두고 접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결국 이것 저것 신기술을 접목하고 개발 하느라 시간이 딜레이 되었는데 이제 그만 이라니.

우리팀에 투입된 그간의 인건비가 얼마이며 앞으로 투입될 월급이 얼마인가? 장비 대여비와 강의 초청비는 또 얼마인데 회사가 적자인 상황에서 그저 study 를 위해 과장 이상 급들로만 이루어진 팀이 제대로 된 산출물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그건 개발자가 신경쓸 부분이 아니라거나, 향후 이런 것이 회사와 개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라는 것이다. 전자는 완전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며 후자는 1년 만에 회사 인원이 절반이하로 줄어들고도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된 위기 상황에서 태평하기 그지 없는 소리로 들린다.


내 생각에는 어떻게든 구매자에게 손을 비비면서 최대한 맞춤형 제품 (커스터마이징 프로덕트)를 제공해야 함에도 개발자가 구매자에게 가서 싸워 이겨 먹으려고 하는 작태가 한심할 뿐이다.


물론 최종적인 결과가 나오면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아니, 이것은 신념의 차이이니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임도 안다.

하지만 인격 수양이 부족한 인간들은 대개 다름을 배격하기 마련이며 나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저 속좁은 인간을 뿐이니 씹어주겠다는 거다.

대저 모든 인간들의 인격 수준이 그정도에 올라있다면 전쟁은 안일어나겠지.
Posted by 행인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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