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결혼 압박

행인_1 2011. 9. 15. 11:35

결혼 압박이 점점 심해진다. 죽겠군화.ㅠㅠ

처음엔 그냥 강경하게 거부했다가 요즘은 힘쓰기도 싫어서 그냥 허허 웃지요. 로 전법을 바꿧더니 이게 패착.

어머니가 숙모, 형수랑 부엌에서 이야기 하는걸 우연히 엿들었는데 내가 옛날 처럼 그렇지는 않으니 나이가 들어 결혼생각이 생기는 것 같다며 오해를 단단히 하셨다.ㅡㅡ

미치겠구만. 그렇다고 이나이 먹고 부모님한테 떼쓰며 대들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가위를 맞이하여 귀향했더니만 나와 동갑인 사촌놈(내게 천만원의 빚을 진. 그리고 결혼을 한다고 천만원을 더 빌려달라고 했다가 내게 거절당한 바로 그) 의 결혼 소식에 맞물려 너도 빨리 해라 어택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늘 똑같은 레퍼토리를 읊으면서 결혼을 강요하시는데 돌아버릴 지경이다.

레퍼토리 1. 결혼을 늦게 하면 아이가 늦어서 나중에 힘들다.

레퍼토리 2.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면 하고 후회하는게 낫다.

레퍼토리 3. 혼자 모으는것 보다 둘이 모으는게 돈도 더 빨리 모인다.

레퍼토리 4. 늙어서 어쩌려고 그러냐?

레퍼토리 5. 주위에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거 보면 부럽지 않냐?

레퍼토리 6. 사람이면 짝을 만나야 제구실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 한다.

레퍼토리 7. 니 장가 안가고 있으면 내가 죽어 눈도 못감는다.

레퍼토리 8.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기편이 있는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레퍼토리 9. 집에서 여자가 살림 해주면 얼마나 편하겠냐?

레퍼토리 10. 혼자 있다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하냐?


뭐. 대강 이정도 이야기들을 살짝 살짝만 바꿔가며 이사람 저사람 줄기차게 해대는데 그야말로 짜증 게이지가 솟구친다.

이런 정도 말에 설득 당할것 같았으면 진작에 넘어가도 넘어갔다.

반론을 해보자.

반론 1. 어차피 결혼 안 할거니 아이는 없을거다. 없는 아이 때문에 힘들일 없다.

반론 2. 하면 후회하고 안하면 후회 안할 것 같다.

반론 3. 사람 나름이다. 결혼 후 여자가 살림만 하겠다고 집에 들어 앉으면 혼자모을때 보다 많이 모일 리가 없잖은가. 내가 총각이라고 돈을 함부로 쓸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반론 4. 늙어 거동이 불편해 지면 가족부양을 하지 않음으로서 축적된 재화로 좋은 시설에 들어가 정당한 댓가를 치르고 수발 받으면서 살다가 깔끔하게 생을 마무리 할거다.

반론 5. 안부럽다.

반론 6. 오해다. 지금은 농경사회가 아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있고 세금도 잘 뜯기고 내고 있다.

반론 7. 죄송합니다만 그래도 할 수 없습니다. 결혼했다가 막장 아침드라마 찍는것 보단 훨 나을 겁니다.

반론 8. 내편이 있으면 나쁠거 없지만 없어도 괜찮다. 나는 혼자서도 잘 논다.

반론 9. 별로 편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을 때 청소, 세탁, 설거지 등을 하는데 같이 살면 잔소리 폭탄에 스트레스 만땅일 게 뻔하다.

반론 10. 큰병이면 어차피 죽을거고 작은병이면 혼자 아파도 난 별로 서럽지 않더라. 상관없다.


라고 몇년을 말해주었건만 동일 레퍼토리 , 반론의 무한 반복인지라 지쳐서 허허 웃지요로 응대했다가 결국 선을 보라며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받았다.

아악!! 귀찮아! 짜증나! 돈도 없는데!

제기랄... 쌩까버릴까? 그랬다간 선을 주선한 당숙모님으로부터 시작해서 당숙, 아버지, 어머니의 '니가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럴수가 있느냐? 상대 여자네 한테 얼마나 큰 실례냐?' 의 콤보 어택이 이어질게 뻔하다.

월급날까지 9일이나 남았는데 통장엔 7만원 밖에 없고.. 여기서 선을 보고 나면 대체 난 뭘 먹고 살아야 할까..

CMA 도 명절을 쇤다고 다시 바닥인데... 하아...

한숨만 나오는군화.